창작노트
-
임에게창작노트/시편 2019. 3. 26. 12:37
임이여 그렇게 가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남아서 싸우는 것이 나을 뻔 했습니다.적은 임의 가족들과 동지들을 사정 없이 짓밟고 올바름에 대한 믿음을 짓밟을 뿐한 점의 반성도 없이 그렇게 곧게 거악으로만 치닫습니다.적은 똘똘 뭉쳐서 임의 진영을 공략하는데 남은 무리는 다투기만 하고 믿음을 주지 못합니다.임이여 사실은 우리에게 이 악의 뿌리를 뽑을 기회가 있었습니다.그러나 번번이 놓쳐 버리고 숨 죽였던 적 되살아나 악이 창궐하는 계절이 돌아온 것입니다.돌아온 적은 백성의 눈과 귀를 조롱하고 담대하게 사관의 붓도 희롱하고 있습니다.오늘도 작은 불을 든 무리가 광장에 모여서 우리의 대적을 질정하고자 간절히 염원하겠지만알아야 할 이들에게 그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정의는 명패만 남고 대적의 앞잡이로 부림을 받..
-
제6회 재림문학상 일반부 시부문 수상 소감창작노트/문예수상작 2019. 3. 26. 10:18
재림 문인협 회원 여러분, 지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의 후배가 뒤늦게 선배 문인 여러분들과 지인 여러분들께 인사드립니다. 먼저 재림문학상 일반부 시부분 수상의 영광을 허락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후보에 오른 꽃 같은 작품들 중에서 풀처럼 평범한 제 범시를 어여삐 여겨 낙점해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작년 봄 어느날 변변치 않은 졸시를 문인협 홈에 올리고 그동안 살아가는데 바빠서 죽 잊고 있었습니다. 작년말 뜻밖의 사고로 입원 치료를 받던중 새해 벽두부터 갑작스런 수상 소식은 옛친구가 찾아온 것처럼 반가운 마음과 큰 위로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한편으론 졸업후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았던 시인지망생의 꿈을 잠시 꺼내보며 새색시처럼 수줍은 마음, 가까운 지인들에게..
-
겨울 서정창작노트/문예수상작 2019. 3. 26. 10:14
올겨울 귀가길 버스가 명동 롯데백화점 앞을 지나갈 때마다 아내는 사거리에 서있는 나무들이 불쌍해 보인다 했다. 사람의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형형색색의 전구로 치장한 나무들이 밤새 얼마나 뜨겁고 아프겠냐며 속삭이는 그 소리를 들으며 겨울나무와 수이 대화하는 그니의 따뜻한 맥박을 엿보았고 무심한 행인의 눈에 낀 세월의 비늘도 조금씩 벗겨져갔다. 오는 봄 길목에 서 있는 가로수를 바라보며 하늘로 길 내는 나무의 덕을 상찬賞讚하고 변덕쟁이 인간의 잔인한 가지치기를 슬퍼하는 시인은 아직도 춘양 골짝 뛰노는 소년처럼 붉고 시린 심장을 지녔다. 찬 바람이 반갑지 않은 이른 봄날 오후, 세상길에 지친 나그네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가난한 나목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햇살을 본다. 불면不眠이 아닌 황금빛 보료로 바꾸어 ..
-
손가락 편지창작노트/시편 2019. 3. 20. 00:14
사랑하는 누이에게망설이다가 펜을 든다이 늦은 시간에 나는 왜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것일까 오늘 저녁 손이 아파서 후식으로 오렌지를 깍아 줄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설겆이 하다가 손가락 다쳤다는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깨진 유리조각에 찔려 피 흘렸다는 소리를 듣고가슴 한 쪽이 찌르르 울려 지나칠 수 없어내 옆에서 밥 먹는 네 손 잡고 다친 손가락 살펴 보았다 아직도 내 손길 거부하는 네 손가락 한 마디에 물기 어린 밴드 하나 돌돌 말려 고개 숙이고 있었다 우리 집에는 대일밴드도 없고상처에 바를 후시딘 밖에 없는데 - 너는 고무장갑도 없이 설거지를 하고아이들을 위해 오늘 저녁도 정성껏 준비하였구나 이제는 하루에 한 번 밖에 볼 수 없는 너를 보러 퇴근 하지 않고 저녁 먹으러 집에 오는 사이가 되었지만왠지 모르게 ..
-
그대에게 부치는 편지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8. 14:27
Image by Bruno Glätsch from Pixabay 그대의 편지 세 번째 받아다 본다.옆 자리 앉은 사람 볼까 숨어서벗에게서 받은 사연 강의 중에 훔쳐다 본다.가지런히 접은 서한 막 뜯은 풀내음 채 가시지 않고,어여쁜 글씨만큼 귀여운 얘기 담뿍 소곤 거린다.소녀의 사랑 한 떨기 꽃 가만히 올려다 본다.갈바람에 풍겨오는 그대 채취 은밀히 그리웁다. 나의 사랑, 나의 누이야오늘은 친구 자꾸 밥 먹으러 오라 꾀는데,친우의 아내 어른어른, 그 거울 미소 눈망울 또르르르...그네 차린 푸짐한 저녁상 거짓말같이 솟아 오른다.그네의 영상 그대 영상 겹친다.언제 나는 그네들 초대할 수 있을까... 벗이랑 함께 대화 나눌 때, 그대는 식탁에 밥을 차린다.김이 모락모락 국을 놓고, 찬이 향그러운 밥상 차린다...
-
고물 자전거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8. 14:18
Image by Dan Fador from Pixabay 고물 자전거가 갖고 싶다. 새 자전거는 부담스럽고고물 자전거가 딱 좋다.누구의 소유도 아니다그저 잠시 빌려 타고두었다 가도 좋을- 낡고 칠이 벗겨진 동체-12단 기어 무색하게평지주행에도 삐걱거리는 고물이라도 좋다.그저 타고 달릴 수만 있다면세찬 바람을 달릴 수만 있다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버려진 자전거를 보고 탄식한다.사람도 병이 걸려 못쓰게 되면저 자전거처럼 버려진다고시들어가던 자형姊兄의 목소리가불현듯 등뒤에서 들리어 온다. 삶은 자전거와 같은 것-처음에는 값을 주고 사지만녹슬어 유기遺棄될 때가 온다. 영원히 나의 소유가 아니다. 이윽고 떠날 대는 버릴 수 밖에 없는자전거와 같다. 나는 새것이 언제나 옳은 줄 알았다.그러나 새것은 화장化粧실체가 ..
-
하늘 다람쥐 숲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8. 14:11
Image by Greg Reese from Pixabay 하늘 다람쥐 숲으로 가고 싶다.잊혀진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 가고 싶다. 이제 떠나야 할 때-서늘한 바람을 타고어두운 수풀을 가로질러푸른 하늘을 날 수 있는 비막飛膜 있어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하늘 다람쥐가 보고 싶다. 어미는 홀로 새끼를 키운다.남달리 더디 자라는 새끼 위해애썩 먹이 물어 나르고,둥지 떠난 철없는 아이들우거진 삼림 헤매다 흐느끼면한잠도 못 이루다 헐레벌떡 업고 온다. 오늘 아침은 더욱 부산스럽다.새끼의 처녀비행 설레는 아침별리가 예약되는 운명의 아침활공에 익숙할 수록사랑이 식어져 간다. 어느날 아침뿔뿔이 흩어지고새끼 홀로 남는다.어느날 밤부엉이의 공습 몰아쳐어린 시절의 환영幻影 날아간다. 나는 그 밤을 잊지 말아야 했다.칠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