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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서정
    창작노트/문예수상작 2019. 3. 26. 10:14


    올겨울 귀가길 버스가 명동 롯데백화점 앞을 지나갈 때마다
    아내는 사거리에 서있는 나무들이 불쌍해 보인다 했다.

    사람의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형형색색의 전구로 치장한 나무들이
    밤새 얼마나 뜨겁고 아프겠냐며 속삭이는 그 소리를 들으며

    겨울나무와 수이 대화하는 그니의 따뜻한 맥박을 엿보았고
    무심한 행인의 눈에 낀 세월의 비늘도 조금씩 벗겨져갔다.

    오는 봄 길목에 서 있는 가로수를 바라보며
    하늘로 길 내는 나무의 덕을 상찬賞讚하고

    변덕쟁이 인간의 잔인한 가지치기를 슬퍼하는 시인은
    아직도 춘양 골짝 뛰노는 소년처럼 붉고 시린 심장을 지녔다.

    찬 바람이 반갑지 않은 이른 봄날 오후,
    세상길에 지친 나그네는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가난한 나목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햇살을 본다.
    불면不眠이 아닌 황금빛 보료로 바꾸어 달라 기도하며

    2004년 1월, 제6회 재림문학상 일반부 시부문 우수상 


    작성일시 
    2003-03-03 16:26:51
    조회 
    106

    출처 : 재림마을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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