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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 자전거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8. 14:18
Image by Dan Fador from Pixabay고물 자전거가 갖고 싶다.
새 자전거는 부담스럽고
고물 자전거가 딱 좋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그저 잠시 빌려 타고
두었다 가도 좋을-
낡고 칠이 벗겨진 동체-
12단 기어 무색하게
평지주행에도 삐걱거리는
고물이라도 좋다.
그저 타고 달릴 수만 있다면
세찬 바람을 달릴 수만 있다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
버려진 자전거를 보고 탄식한다.
사람도 병이 걸려 못쓰게 되면
저 자전거처럼 버려진다고
시들어가던 자형姊兄의 목소리가
불현듯 등뒤에서 들리어 온다.
삶은 자전거와 같은 것-
처음에는 값을 주고 사지만
녹슬어 유기遺棄될 때가 온다.
영원히 나의 소유가 아니다.
이윽고 떠날 대는 버릴 수 밖에 없는
자전거와 같다.
나는 새것이 언제나 옳은 줄 알았다.
그러나 새것은 화장化粧
실체가 드러날 대 구역질 나는 허상
차라리 낡은 것이 좋다.
있는 그대로, 대단한 것 기대하지 않고
그저 사용할 수 있다면 족하다.
나는 고물 자전거-
새 자전거는 부담스럽고
고물 자전거가 딱 좋다.
두고 가도 좋을...
고물이라도 좋다.
그저 달릴 수만 있다면
세찬 바람을 달릴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