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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다람쥐 숲
    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8. 14:11

    Image by Greg Reese from Pixabay


    하늘 다람쥐 숲으로 가고 싶다.

    잊혀진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 가고 싶다.


    이제 떠나야 할 때-

    서늘한 바람을 타고

    어두운 수풀을 가로질러

    푸른 하늘을 날 수 있는 비막飛膜 있어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하늘 다람쥐가 보고 싶다.


    어미는 홀로 새끼를 키운다.

    남달리 더디 자라는 새끼 위해

    애썩 먹이 물어 나르고,

    둥지 떠난 철없는 아이들

    우거진 삼림 헤매다 흐느끼면

    한잠도 못 이루다 헐레벌떡 업고 온다.


    오늘 아침은 더욱 부산스럽다.

    새끼의 처녀비행 설레는 아침

    별리가 예약되는 운명의 아침

    활공에 익숙할 수록

    사랑이 식어져 간다.


    어느날 아침

    뿔뿔이 흩어지고

    새끼 홀로 남는다.

    어느날 밤

    부엉이의 공습 몰아쳐

    어린 시절의 환영幻影 날아간다.


    나는 그 밤을 잊지 말아야 했다.

    칠흑 같은 공포에 떨며 악물고 다짐하던-

    안주安住는 늘 죽음을 불러온다.

    어머니는 이제 그만 해방되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잊지 말아야 했다.


    다람쥐는 누구나 고독한 둥지를 틀어야 한다.

    하늘 다람쥐는 홀로 천지를 날아야 한다.

    청동빛 날개 활짝 펴서

    금빛 아침 강한 바람 타고

    유년의 숲을 깨치고

    더 깊은 세계로 비상해야 한다.


    춥고 외로울 때면

    혹 둘이어도 좋다.

    그러나 비약飛躍은 늘 

    혼자서 하는 것이다.


    이제 떠나야 할 때-

    차가운 바람 타고

    과거의 수풀 가로질러

    드넓은 천공 활짝 나는 비막 있어

    혼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

    하늘 다람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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