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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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4. 11:45
Image by Rebekka D from Pixabay 가을은 짖궃은 아이의 장난에 놀라광장에서 날아오르는 비둘기떼...유원지같이 절정으로 내달리다푸드드득 뜨락을 가득 메우고이윽고 북녘처럼 노을져 가오. 파아란 계절의 호수를 건너온 짐승들은황금빛 물방울 영롱하게 털어내오.아낌없이 벗어주고 죽어갔던 그와 같이고스란히 자기의 꿈 다 털어주고앙상한 알몸 물려주고 긴 잠이 드오. 가을의 무덤가 고적히 거니노라면보료처럼 보드라운 죽음 만나오.짓밟아도 욕되지 않는 깃발 같고방금 꺼낸 빨래인양 싱그런 죽음-나의 영혼 말갛게 씻기는 젖무덤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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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바다(2008)창작노트/시편 2019. 3. 14. 11:17
Image by David Mark from Pixabay 오래간만에 아내를 안았다.둘째 딸 아이 낳고 부쩍 줄어든 우리의 관계 -맘이 동할 땐 아이들 눈치보며 곤한 아내를 채근하곤 했지만종일 일하다 집에 들어와 아이들 봐주며 하루를 마감할 때면 나도 지쳐 드르렁 코골며 잠 들곤 하는게 우리 부부의 일상 사실, 아이들 둘이 엄마 양쪽에 찰싹 붙어아빠의 접근을 불허하는 우리집 침실 분위기는맞벌이하러 시골에 갔다오시던 어머니를 고대하던이내 유년기의 추억이 허락한 관용일지도 모른다. 가사 노동과 아이들 육아로 노곤한 하루를 보낸 아내는 종종 육체의 휴식을 위해 구원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로 한다. 내게 젖이 있다면 아이들을 끼고 잘텐데...' 싱거운 소리를 하며때로 역정을 내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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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여인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4. 11:09
Image by Anne & Saturnino Miranda from Pixabay [부제] 르느와르 화집畵集을 보고 화사한 성장盛裝 차려입은 여인은화들짝 놀라 핀 꽃 실크 레이스는 수줍은 꽃술왈츠에 안겨 사뿐사뿐 춤을 추며 결 고운 드레스는 열린 꽃잎피아노 타고 아리아 그윽히 돋우옵니다. 나의 르느와르-꽃과 여인을 사랑했던 가인佳人이여 나비는 꽃잔에 살며시 내려앉아아리따운 빛과 향기를 선물하고 그대는 여성에 살포시 내려앉아사랑스런 빛과 향취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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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와 어머니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4. 10:39
[부제]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추모하며 Image by Vânia Raposo from Pixabay 쨍그랑 접시를 깨고스물 여섯 젊은 날은 그렇게 갔지.실연의 고뇌 앓다 바닥에 풀썩엉엉- 히죽히죽...누이의 황혼은 그렇게 왔지. 어머니도 홀연히 집을 버렸지.천석 곳간 탈탈 털어 형제우애다자식에겐 줄게 없던 남편 보내고실성한 누이 손목 꼭 잡아 주고 그해 겨울 좁은 방은 불도 안들어찬바람에 오돌오돌 이불은 얇아대갓집 마나님 행상을 했지.동상 걸려 호호-넋 놓은 손 꼭 붙들고 가끔씩 장터에서 누이를 잃고미친 듯이 찾다 찾아 홀로 오시면몇 날밤을 피눈물로 기도하셨지.찾을 때까지 헤매이며 엎드리셨지. 어느해 신혼 골방 모녀 들이니아니다 다를가 난리가 났지누이는 와장창 거울을 깨고북북 자기 옷을 찢어 발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