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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의 바다(2008)
    창작노트/시편 2019. 3. 14. 11:17

    Image by David Mark from Pixabay


    오래간만에 아내를 안았다.

    둘째 딸 아이 낳고 부쩍 줄어든 우리의 관계 -

    맘이 동할 땐 아이들 눈치보며 곤한 아내를 채근하곤 했지만

    종일 일하다 집에 들어와 아이들 봐주며 하루를 마감할 때면 

    나도 지쳐 드르렁 코골며 잠 들곤 하는게 우리 부부의 일상


    사실, 아이들 둘이 엄마 양쪽에 찰싹 붙어

    아빠의 접근을 불허하는 우리집 침실 분위기는

    맞벌이하러 시골에 갔다오시던 어머니를 고대하던

    이내 유년기의 추억이 허락한 관용일지도 모른다.


    가사 노동과 아이들 육아로 노곤한 하루를 보낸 

    아내는 종종 육체의 휴식을 위해 구원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로 한다. 

    내게 젖이 있다면 아이들을 끼고 잘텐데...' 싱거운 소리를 하며

    때로 역정을 내는 아내를 슬그머니 외면하며 잠들곤 했다.


    몸이 피곤할 때면 관계도 일찍 끝난다.

    남편 옆 자리를 얻기 위해 거래에 응한 아내는

    되려 잘됐다 위안하며 스르르 눈을 감는다.

    아쉬운 마음에 그니 몸뚱이를 꼬옥 감싸 안으니

    기분좋은 아내 살 내음에 고양이처럼 갸르렁 갸르렁


    모로 누운 아내를 뒤에서 가득 품고

    아내 품에서 풍겨오는 젖비린내를 맡으면

    아내는 어머니가 되고 남편은 아들이 되어

    옛 이야기 한 자락을 더듬어 올라간다.


    어디선가 따뜻한 기운이 흘러와서

    지친 심신을 살며시 어루만져 주고-

    바닷가에 놀러온 아이들처럼 들떠

    철썩이는 파도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심장


    생각건데 -

    아내는 바다인가 보다.


    오늘도 아내와 함께 잠자리에 누우면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물결이 흘러 들어와

    개구쟁이 꼬마들을 행복한 꿈나라로 인도하고

    피로한 육신을 위로하는 해변으로 간다.


    그곳은 시원한 비치 파라솔도 없고 

    멋쟁이 선글라스와 꽃무늬 수영복도 없지만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가득하고 

    어머니처럼 따스한 햇살이 항상 내리쬐는 곳 -


    나는 그 바다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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