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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공무원의 죽음
    창작노트/시편 2019. 3. 15. 20:05


    부천시청 공무원 유OO -
    아침 출근길에
    너의 죽음을 들었다

    신도시 아파트 공사장에서
    뛰어내렸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들었다

    아내의 핸드폰에는 새벽부터
    너의 사랑하는 부인의
    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

    급보를 듣고 너의 형제와
    네 가족처럼 지내던 벗들이
    아침부터 부산하게 너의 주검을 좇았다

    너는 앰뷸런스를 타고 구로성심병원,
    부천장례식장을 지나서
    부천성모병원에 차디찬 육신을 눕힐 수 있었다

    부천시 공무원 유OO -
    네 조문을 위해 부천시장도 찾아 오고
    네 동료 공무원들도
    일찍부터 빈소를 찾아 왔다

    네 사랑하는 부인과 네 형과
    나의 아내가 유족 대표로서
    부천시장에게 네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 요청했다

    네 죽음의 진상은
    그 억울하고 사무친 고통은
    내 이메일과 네 컴퓨터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네가 고통 속에서 손 내밀 때
    네 손을 잡아줬던 수많은 형제 자매의 가슴에
    네 비통한 사연은 남아있다

    부천시 공무원 유OO -
    사랑하는 내 믿음의 아우여

    너는 어찌 그리 모질게
    죽음으로 달려갔느냐

    우리가 함께 네 손을 잡고
    네 고통 덜어주고자
    그렇게 기도하고 애써왔는데

    너는 어찌 그리 모질게
    이생의 인연을 끊어냈느냐

    열두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너만 바라보고 살아온 누나와
    너를 위해 기도해 온 그 모든 무릎들 무색하게

    어찌 그리 차마 떨치고...
    네 육신을 공허 위에 내던졌느냐

    사랑하는 내 형제여
    네 목숨은 너만의 것이 아닌데
    너의 나비 네 사랑하는 부인은 어떻게 살라고
    너는 그렇게 차마 떨치고 그 길을 갔느냐

    빈소에서 네 영정을 보았다
    국화꽃 사이에서 네 얼굴은 어찌 그리 훤칠한지
    이 모든 이야기가 모두 농담이라면 좋을텐데

    가족실에서 네 부인을 보았다
    내 어린 아내의 이모같은 그 누이는
    눈이 퉁퉁 불고 비통에 잠겨 쓰러질듯 앉아있었다

    나는 차마 누이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가만히 네 누이를 안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복받치는 울음을 이기지 못하고
    누이와 함께 엉엉 목놓아 슬픔을 공명하였다
    여자들이 모두 함께 슬픔에 참여하였다

    사랑하는 내 형제여
    어찌 그리 모질게
    남은 자들의 고통을 외면하였는가

    너는 가고 없지만
    네 선한 미소와 네 친절한 선행이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이토록 선연한데

    너는 어찌 그리
    차마 떨치고
    우리 사랑을 떠났느냐

    너는 우리가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 곁에서 서글서글한 미소 지으며
    장례식 일정을 성실하게 도와 주었다

    지금 너의 죽음 앞에서
    너를 추억하는 모든 사람이 한데 모였다

    형제 자매처럼 우애를 나누던 우리들이
    공동 상주가 되어 네 예식을 주관하고 있다

    어찌 우리 잊겠느냐
    슬픔의 시간 우리를 굳게 돕던 너의 손길
    네 부드러운 미소와 목소리를

    부천시장은 네 죽음의 진상파악을 약속하였다
    함께 동행한 공무원도 억울한 네 분사에 대해
    정당한 처우를 약속하고 갔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비통하다
    왜 너는 살아 있을 때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했는가

    한 걸음만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우리가 네 손 붙잡고 함께
    네가 바라는 진상 파악에 다가설 수 있었을텐데

    너를 괴롭히던 그들의 추레한 면모를
    부천시에 공개적으로 밝혀내고
    징계와 배상을 받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 !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모두 한 걸음 앞에 있었는데

    너는 끝끝내
    죽음으로만 나아갔구나

    부천시 공무원 유OO -
    네 억울한 죽음
    끝내 세상을 등지게 만든 그 사연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테다

    네 몸을 불태워 밝히고자 한
    부천시 공무원 사회의 어둠 -
    조직적인 따돌림과 신참 길들이기와
    그 모든 부정을 이 세상에 널리 알려

    너와 같은 상처
    너와 같은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 않도록
    우리 함께 힘을 모을테다

    사랑하는 내 형제여
    너는 비록 우리를 떠났지만
    우리는 너를 이대로 보내지 않을테다

    부천시 공무원 유OO -
    추락한 너의 모습은 평안했다
    부드러운 흙 위에 누운 네 주검은
    금방이라도 잠에서 깨 일어날 것처럼 몽롱했다

    이 생의 모든 짐을 내려놓은 네 얼굴은
    거짓말처럼 말끔하였다

    내장이 모두 터지고 뼈 마디마디 부러졌지만
    너는 마치 잠든 사람처럼 온전한 모습으로
    네 사랑하는 이들에게 네 주검을 보였다

    너의 최후는 비장했지만
    살아남은 이에게
    마지막으로 예를 표현하려는 것처럼

    생전에 그렇게 해맑게 웃고
    한없이 선량했던 너는
    추상같은 징벌보다
    진심어린 사과를 원했던 너는
    죽음 앞에서도 우리에게 예를 다하였다

    남아 있는 우리가
    네 죽음의 비밀을
    풀어주리라 굳게 믿는 것처럼

    네 사랑하는 나비
    너의 여인은 우리가
    지켜주리라 굳게 믿는 것처럼

    너는 죽음 앞에서 평안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부천시 공무원 유OO -
    사랑하는 내 형제여
    다시 돌아오지 못할 먼길 떠난 아우여

    이제는 평안히 눈 감으라

    잠못 이루며 아파했던 시간들
    이제는 다 내려놓고

    가슴 저미는 불면의 나날들
    이제는 다 떠나보내고

    평안히 하늘로 돌아가라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 그리며
    지친 네 몸과 마음 평안히 잠을 이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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