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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과 가로등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4. 12:48
Image by pixel2013 from Pixabay교정을 거니노라면
빗질하던 노모의 머리카락처럼
소복이 쌓인 소나무잎
체할 때마다 어머니 내 손 따주시던
그 어린 바늘로 둔갑하여
내 마음 콕콕 찌르고 달아납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살아 달라 원했건만
흑단 머리 빛바래도 좋으셨던 그대 사랑이여
비늘같은 그 아픔에 눈물샘 툭 터집니다.
나의 나 된 것은 오로지 그대의 치성
내 목숨은 다시 태어나도
그대에게 드리겠습니다.
해밝은 한낮에는
큰소리 치는 남편 그늘 숨죽인 아내인양
소나무에 가려졌던 가로등도
밤마다 달도 없는 길 내 무섬 쫓아주던
그 작은 별빛으로 변신하여
내 가슴 가만히 여미며 다가섭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숨죽여 달라 원했건만
한 마디 원망없이 따라나선 그대 사랑이여
가로등같은 그 광채에 목이 멥니다.
내 고뇌의 긴긴 밤은 그대만이 지켜 준 것
내 사랑도 잠못 이루는 겨울바다에
별꽃으로 찾아 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