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
제명호에 지다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4. 12:54
[부제] 고 임오혁 군을 추모하며 제명호에 사랑꽃 진다.어느 해 여름 아침-제명호로 달려온 앰뷸런스 보았다.범죄현장 급파된 경찰밴을 보았다. 간밤 애인과 둘이 호반 거닐다무엇에 홀린 걸까, 저 편에서 만나자고나는 차가운 호수에 마냥 뛰어 들었다.능숙하게 호심으로 유영해 갔다. 송곳처럼 서늘하게 심장이 식고가슴속에 용솟음치던 뜨거운 피 멎고보랏빛 사랑의 손길도 다 뿌리치고나는 무저갱으로 추락했구나 목숨은 뱀같이 냉정한 것-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고사력을 다해도 죽을 수 밖에 없는내 지친 생명이여... 나는 예언된 대로 십자가에 죽거니와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자는차라리 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호수는 차라리 거기 없었다면 좋았을 걸 그녀가 차라리 거기 없었다면 좋았을 걸...나는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하고수면에..
-
솔잎과 가로등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4. 12:48
Image by pixel2013 from Pixabay 교정을 거니노라면빗질하던 노모의 머리카락처럼소복이 쌓인 소나무잎 체할 때마다 어머니 내 손 따주시던그 어린 바늘로 둔갑하여내 마음 콕콕 찌르고 달아납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살아 달라 원했건만흑단 머리 빛바래도 좋으셨던 그대 사랑이여비늘같은 그 아픔에 눈물샘 툭 터집니다. 나의 나 된 것은 오로지 그대의 치성내 목숨은 다시 태어나도그대에게 드리겠습니다. 해밝은 한낮에는큰소리 치는 남편 그늘 숨죽인 아내인양소나무에 가려졌던 가로등도 밤마다 달도 없는 길 내 무섬 쫓아주던그 작은 별빛으로 변신하여내 가슴 가만히 여미며 다가섭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숨죽여 달라 원했건만한 마디 원망없이 따라나선 그대 사랑이여가로등같은 그 광채에 목이 멥니다. 내 고뇌의..
-
자화상(自畵像)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4. 12:42
Image by pixel2013 from Pixabay 나 그대가 되고 싶소.나 자신이 되기 싫소. 누가 나의 이 그림자 잘라주오.누가 그대 긴 그림자 오려주오. 그대는 항상 나의 거울-나 항상 그대 머리 빗어 넘기오. 그대는 날마다 햇빛 가운데 서서숱한 연인들 틈바구니 속에 있구려. 난 매일 매일 여기 뛰쳐가그대 햇살, 사랑에로 탈출 꿈꾸오. 집중하는 광선 속 구겨버린 그대 눈살-넘치는 연모 속 쏟아버린 그 얼굴 보지 못하고 나는 끊임없이 그대 탐내오.어둠 속에 돌아누운 그대 환영 혹하오. 나는 늘 그대 그림자-그늘 속에 숨어서 양지 바라는 거울 속에 내가 없고그대만 있소. 나도 아닌 그대 아닌여울진 그림자 있소.
-
나이 들어 갈수록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4. 12:37
Image by Mihai Paraschiv from Pixabay 나이 들어 갈수록 추물이 되오.예전엔 남들에게 화 한 번 못냈는데시방 너무 성이 나오. 미워 죽겠소. 저놈은 왜 저리 건방져 인사도 않고어른 봐도 고개 뻣뻣 쏘아만 보네아이구 이놈의 세상 언제 망할지- 신명이 나도록 보듬어 주지도 않고신물 나도록 받들어 주기 바라오.그토록 혐오했던 세대가 되오. 전에는 증오 내것 아니라 했소.이제 보오 또아리 튼 나의 실존을쉴새없이 쉭쉭대는 나의 독설을- 세월이 갈수록 이빨처럼 지끼 끼이고거울 앞에 설 수 없는 겁이 쌓이오.무덤속의 송장같은 사물이 되오.
-
유리창에 비친 모습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2019. 3. 14. 12:33
Image by SplitShire from Pixabay [부제] Cyber Star Syndrom 유리창에 비친 모습 좋다.실체가 아니어서 좋다.상처 받지 않아서 좋다. 상처주지 않아서 좋다.두렵지 않아서 좋다. 그저 바라볼 수 있어서 좋다. 스크린에 비친 모습 좋다. 실체보다 그림자가 좋다.백 배 천 배 그림자가 좋다. 눈길 한 번 안마주쳐도 좋다.인사 물론 안해도 좋다.환영 너머 본질 봐도 좋다. 존재는 이렇게 떨리는 불안-우리는 실체보다 환영이 좋다.껴안아도 데이지 않는 별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