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만 서른다섯... 방송대 국문과 3학년에 추가편입을 신청했다.
어느새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고 있는 내 인생의 2막을 준비하면서
오래 전부터 거듭 생각해 왔던 일이었다.
대학 졸업후 전공과는 다른 IT 분야에서 6년간의 경력을 쌓아왔지만,
학창시절 꿈꾸었던 등단과 교사의 길에 더 늦기 전에 도전하고 싶었다.
졸업후 대학 네임벨류를 고려해서 사립대 졸업장을 주는 사이버대학 편입도 생각해 봤지만,
무엇보다도 학비가 가장 저렴하고... 전통적인 평생교육 시스템이 검증된 방송대에 올인하기로 했다.
편입 신청후 한동안 인터넷에서 방송대 국문과에 관한 정보를 모았다.
특히 온오프라인 동아리 활동 정보를 주의깊게 살펴 보았는데,
방송대 홈페이지>방송대 국문과 홈페이지>서울제2지역대학 홈페이지를 거쳐
방송대 국문과 공식카페를 둘러보니 '
문우사랑'이라는 동아리가 가장 눈에 띄었다.
국문과 동아리중 유일하게 독립도메인(
moonwoo.or.kr)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단체...
무엇보다도 봉천동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신림동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맘에 들었다.
2월 25일 일요일 오후 2시 30분경 종로구민회관에서 국문과 신*편입생 O.T.를 한다는 공지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결국 불참하고 말았다.
추가편입 합격통지를 받고 2월 26일 인터넷뱅킹으로 등록금을 이체하면서
2월 27일 오후 7시 30분으로 예정된 문우사랑 O.T.에는 꼭 참석해서
선배님들도 뵙고 학우간 상호조력하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해 보리라 다짐했다.
2007년 2월 27일 아침, 드디어 문우 O.T.날이 밝았다.
며칠 전부터 욕실에서 하던 아침운동도 미루고 단잠을 자다가 출근을 서둘러
오전 러시아워의 지옥철을 뚫고 출근시간 5분전에 회사에 도착했는데,
아침부터 회장님이 짜증을 부리고... 그렇게 샐러리맨의 하루가 흘러갔다.
마침내 오후 6시 30분. 퇴근시간이 지나서 직원들이 하나 둘 퇴근하고...
오늘부로 사내독립/프리랜서로 전환한 경영컨실팅부 정팀장의 짐을 카트에 옮겨주고
문우 O.T에 참여하기 위해 부랴부랴 회사에서 나와 역삼역으로 달려갔다.
아무래도 출발이 늦었을까... 문우 홈페이지에서 출력한 약도/교통편을 참조해서
신대방역 2번 출구에 나왔을 때는 이미 7시 30분이 넘어서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난곡입구행 9번 마을버스 정류장을 찾다가
3번출구 방향으로 내려가 보기도 하고... 다시 2번출구 쪽으로 되돌아와서
마을버스 정류장을 찾으니 횡단보도 입구를 막을만큼
길게 늘어선 마을버스 탑승자들의 대기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때 마침 2대의 6번 마을버스가 들어왔다.
그런데, 9번이 아니라 6번이라...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노선도에서 난곡입구를 보고 2번째 마을버스 탑승에 성공했다.
이미 시간은 7시 50분이 가까운 시간.
마을버스 안내방송을 통해 난곡입구를 확인하고 내렸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내가 예상했던 '난곡입구' 풍경이 안 보이고
마을버스 정류장 입간판에는 '유아원입구'라고 표시되어 있는게 아닌가?
정류장 앞 '빵굼터'에 물어서 난곡입구를 찾으니
난곡사거리를 가르쳐줘서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다.
이번에는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아주머니 한 분에게
난곡입구 마을버스 정류장의 위치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아주머니, 말씀 좀 묻겠는데요.
난곡입구역이 어디에 있죠?"
"네?"
(뜬금없이 난곡입구역이라니?... 이런 표정이었음)
"아, 난곡입구 마을버스 정류장 말예요.
정자당 약국이 근처에 있다고 하던데..." 하면서
문우사랑 약도를 보여드리니, 잠시 생각후
"아, 여기는 좀만 더 올라가시면 나와요.
이쪽으로 죽 올라가 보세요."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희망이 생겼다. 서둘러 올라가보니
길 건너편 대각선 방향으로 바베큐치킨 간판이 보였다.
가만, 바베큐치킨이라면, '유진바베큐'?
약도 속에 문우사랑 건물 1층 간판이 생각났다.
횡단보도를 건너 유진바베큐 건물로 가서 서둘러 지하 입구를 찾으니
문우사랑 노란 띠를 두른 두 분의 여자 선배님들(아마 임원이신듯) 환영해 준다.
그 중 전화를 걸어 참가여부를 일일이 확인해 주셨던
김현미 학우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지하 학습실로 내려가니
아담한 실내 공간 가운데에 2열로 길게 탁자와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첫 번째 열 탁자에는 이미 자리가 다 차 있어
나는 두 번째 열 탁자의 첫좌석으로 배정받았다.
학습실 사방을 둘러보니 선배 또는 임원들로 보이는 분들이
가운데 탁자를 빙 둘러싸고 앉아서 O.T.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내 앞자리에는 신입생 엄정욱씨가 앉았고,
내 옆자리에도 신*편입생 또는 임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았다...
- 다음 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