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노트/학부졸업기념시선(97-98)
제명호에 지다
하늘사랑 '고별'
2019. 3. 14. 12:54
[부제] 고 임오혁 군을 추모하며
제명호에 사랑꽃 진다.
어느 해 여름 아침-
제명호로 달려온 앰뷸런스 보았다.
범죄현장 급파된 경찰밴을 보았다.
간밤 애인과 둘이 호반 거닐다
무엇에 홀린 걸까, 저 편에서 만나자고
나는 차가운 호수에 마냥 뛰어 들었다.
능숙하게 호심으로 유영해 갔다.
송곳처럼 서늘하게 심장이 식고
가슴속에 용솟음치던 뜨거운 피 멎고
보랏빛 사랑의 손길도 다 뿌리치고
나는 무저갱으로 추락했구나
목숨은 뱀같이 냉정한 것-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고
사력을 다해도 죽을 수 밖에 없는
내 지친 생명이여...
나는 예언된 대로 십자가에 죽거니와
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자는
차라리 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
호수는 차라리 거기 없었다면 좋았을 걸
그녀가 차라리 거기 없었다면 좋았을 걸...
나는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하고
수면에 둥둥 떠서 하늘을 본다.
미쳐버린 나의 꿈, 내 사랑의 통곡을 본다.
시체는 앰뷸런스에 실려 간다.
경찰은 호수를 유력한 용의자로 끌고 간다.
경찰은 그녀를 유일한 목격자로 끌고 간다.
나는 죽어도 차마 누울 수 없다!
그녀를 데려가지 마세요.
그녀에겐 아무 잘못 없어요.
호수 그놈이 문제예요.
수면에 뜬 달빛으로 유혹했어요.
풀벌레 찌르르르 흐느끼고
야조의 탄식 소리 괴괴한데...
그녀에겐 아무 잘못 업어요!
그녀를 데려가지 마세요!
아- 폭풍의 밤은 가고
오열의 밤은 가고
잔잔한 아침이 온다.
눈물조차 가라앉는 이별이 온다.
호수의 여름 이른 아침-
앰뷸런스 화물같이 덜컹거리고
경찰밴은 흠뻑 젖어 물을 흘렸다.
피우지 못한 나의 사랑 꽃처럼 말라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