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사랑 '고별' 2019. 3. 14. 12:54


[부제] 고 임오혁 군을 추모하며


제명호에 사랑꽃 진다.

어느 해 여름 아침-

제명호로 달려온 앰뷸런스 보았다.

범죄현장 급파된 경찰밴을 보았다.


간밤 애인과 둘이 호반 거닐다

무엇에 홀린 걸까, 저 편에서 만나자고

나는 차가운 호수에 마냥 뛰어 들었다.

능숙하게 호심으로 유영해 갔다.


송곳처럼 서늘하게 심장이 식고

가슴속에 용솟음치던 뜨거운 피 멎고

보랏빛 사랑의 손길도 다 뿌리치고

나는 무저갱으로 추락했구나


목숨은 뱀같이 냉정한 것-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고

사력을 다해도 죽을 수 밖에 없는

내 지친 생명이여...


나는 예언된 대로 십자가에 죽거니와

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자는

차라리 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걸

호수는 차라리 거기 없었다면 좋았을 걸


그녀가 차라리 거기 없었다면 좋았을 걸...

나는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하고

수면에 둥둥 떠서 하늘을 본다.

미쳐버린 나의 꿈, 내 사랑의 통곡을 본다.


시체는 앰뷸런스에 실려 간다.

경찰은 호수를 유력한 용의자로 끌고 간다.

경찰은 그녀를 유일한 목격자로 끌고 간다.

나는 죽어도 차마 누울 수 없다!


그녀를 데려가지 마세요.

그녀에겐 아무 잘못 없어요.

호수 그놈이 문제예요.

수면에 뜬 달빛으로 유혹했어요.


풀벌레 찌르르르 흐느끼고

야조의 탄식 소리 괴괴한데...

그녀에겐 아무 잘못 업어요!

그녀를 데려가지 마세요!


아- 폭풍의 밤은 가고

오열의 밤은 가고

잔잔한 아침이 온다.

눈물조차 가라앉는 이별이 온다.


호수의 여름 이른 아침-

앰뷸런스 화물같이 덜컹거리고

경찰밴은 흠뻑 젖어 물을 흘렸다.

피우지 못한 나의 사랑 꽃처럼 말라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