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사랑 '고별' 2019. 3. 18. 14:18

Image by Dan Fador from Pixabay


고물 자전거가 갖고 싶다.


새 자전거는 부담스럽고

고물 자전거가 딱 좋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그저 잠시 빌려 타고

두었다 가도 좋을-


낡고 칠이 벗겨진 동체-

12단 기어 무색하게

평지주행에도 삐걱거리는 

고물이라도 좋다.

그저 타고 달릴 수만 있다면

세찬 바람을 달릴 수만 있다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

버려진 자전거를 보고 탄식한다.

사람도 병이 걸려 못쓰게 되면

저 자전거처럼 버려진다고

시들어가던 자형姊兄의 목소리가

불현듯 등뒤에서 들리어 온다.


삶은 자전거와 같은 것-

처음에는 값을 주고 사지만

녹슬어 유기遺棄될 때가 온다. 

영원히 나의 소유가 아니다. 

이윽고 떠날 대는 버릴 수 밖에 없는

자전거와 같다.


나는 새것이 언제나 옳은 줄 알았다.

그러나 새것은 화장化粧

실체가 드러날 대 구역질 나는 허상

차라리 낡은 것이 좋다.

있는 그대로, 대단한 것 기대하지 않고

그저 사용할 수 있다면 족하다.


나는 고물 자전거-

새 자전거는 부담스럽고

고물 자전거가 딱 좋다.

두고 가도 좋을...

고물이라도 좋다.

그저 달릴 수만 있다면

세찬 바람을 달릴 수만 있다면